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복지정책으로 커뮤니티케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과의 체계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현행 돌봄 시스템과 건강보험 제도 간의 구조적 단절은 서비스의 효율성과 통합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연결 구조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국민건강보험 연계의 필요성, 국내외 추진 사례, 제도적 과제 및 발전 방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고령사회 복지 패러다임 전환과 제도 연계의 필요성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은 고령자의 건강·돌봄·주거·소득 문제에 대해 통합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요양시설 중심의 돌봄 모델은 고비용 구조, 고립감 심화, 지역사회와의 단절 등 다양한 한계를 드러내면서, 보다 인간 중심의 돌봄 정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다. 커뮤니티케어는 고령자와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살던 곳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기반의 건강·돌봄·주거·복지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정책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복지 서비스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건강·돌봄의 유기적인 연계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지역복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의료 시스템, 특히 국민건강보험 간의 유기적 연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은 질병 치료와 예방 중심의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커뮤니티케어는 생활 지원과 돌봄 중심의 서비스로 구분되어 있어 행정·재정·정보체계 측면에서 분리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복 진료, 서비스 누락,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고령자의 건강관리와 돌봄의 연속성도 크게 저해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국민건강보험과의 유기적인 통합 운영을 전제로 구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제도 간 연계 시스템과 예산 구조의 개편이 요구된다. 본 글에서는 그 연계의 구체적인 필요성과 구조, 그리고 국내외 사례 및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
커뮤니티케어와 건강보험 연계의 필요성과 사례 분석
커뮤니티케어와 국민건강보험의 연계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고령자의 **만성질환 관리와 재입원 방지**. 둘째, **건강관리 서비스의 사각지대 해소**. 셋째, **지역 기반 통합서비스의 실현**이다. **1. 만성질환자 중심의 커뮤니티 건강관리 모델 필요** 고령자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반복적인 병원 방문과 입원이 빈번하다. 그러나 단기 입원 후 지역사회로 복귀했을 때 돌봄 공백이 발생하면서 건강 악화와 재입원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때 건강보험 기반의 **지역 주치의 제도**나 **방문진료 시범사업**과 커뮤니티케어가 연계되면, 퇴원 후 일상 회복과 건강관리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2. 의료정보 공유 및 서비스 통합 관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강검진 데이터, 진료기록, 약제정보는 고령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돌봄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산이다. 이를 커뮤니티케어 전담기관 및 지역보건소와 공유할 수 있다면, 고위험군 조기 발굴, 맞춤형 건강서비스 설계, 돌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기반의 **통합 건강·복지 정보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3. 국내 시범 사례: 노인통합 돌봄 선도사업**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16개 지자체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부천시, 전주시, 김해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하여 퇴원환자의 방문건강관리, 약 복용 관리, 식사지원 등을 통합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약을 통해 건강정보 분석 기반의 방문 서비스 설계를 도입하여, 만성질환자 대상의 건강성과가 향상된 바 있다. **4. 해외 사례: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일본은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커뮤니티케어와 의료보험을 통합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의료, 간병, 예방, 주거, 생활지원 서비스를 하나의 연계 시스템으로 운영하며, 지역단위의 종합센터를 중심으로 민간 의료기관과 복지기관이 협력한다. 건강보험재정 일부를 지역 돌봄 서비스에 연계 사용함으로써 서비스 연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5. 재정 연계의 필요성** 현재 커뮤니티케어 관련 예산은 복지부 내 복지사업으로 한정되어 있어, 실제 필요한 건강 관련 서비스는 다른 부처 예산 또는 건강보험과 분리 운영된다. 이로 인해 사업 간 칸막이와 중복이 발생하며, 효과적인 자원 배분이 어렵다. 커뮤니티케어를 건강보험의 일부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이처럼 커뮤니티케어의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과의 제도적·재정적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민간 의료기관의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제도 연계를 위한 정책 방향과 실행 전략
커뮤니티케어와 국민건강보험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실행 과제가 제시될 수 있다. **첫째**, **공통 목표와 지표 설정**. 커뮤니티케어와 건강보험은 각각 다른 목적과 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율 감소’, ‘건강행태 개선률’, ‘서비스 수혜율 향상’ 등의 공통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협력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지역 통합 플랫폼 구축과 법적 기반 마련**.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보건소, 공공의료기관, 건강보험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관련 법령(예: 지역보건법, 장기요양법 등)의 개정을 통해 정보 공유와 역할 조정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복지-의료 간 인력 교차 협력 체계 확립**. 커뮤니티케어 매니저, 방문간호사, 지역사회 간호사 등이 공단의 건강관리 인력과 함께 케어 플랜을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동 매뉴얼과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지자체-건보공단 협력 시범사업 확대**.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만 이루어지는 연계형 시범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성과 기반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여 성과 있는 모델을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다섯째**, **정보보호 기반의 데이터 연계 기술 확보**. 개인정보 보호법의 테두리 내에서 데이터 연계를 위한 블록체인,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등 신기술을 활용하여,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커뮤니티케어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의료와 돌봄이 연결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은 그 연결의 핵심 축이며, 이와의 연계를 통해 우리는 고령사회의 복지와 건강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제는 정책과 기술, 재정이 함께 맞물리는 통합적 복지 모델을 현실화할 시점이다.